-
SBS 홈페이지 제 목: 그해 우리는
기 간: 2021. 12.6 ~ 2022.1. 25
부 작: 16부작
연 출: 김윤진, 이단
극 본: 이나은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의 다큐멘터리
전교 1등과 전교 꼴등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요. 최악이다. 웅이(최우식)는 어릴 적부터 혼자였다. 부모님은 웅이 분식, 웅이 아귀찜, 웅이 비어 등 이 동네 한 골목을 장악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웅이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나를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지만 사실 그런 밥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삶의 배경에는 노관심이다. 밥 수저 도련님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어릴 때부터 늘 혼자였다. 그래서 어릴 적 기억이라곤 식당 마당 앞 대청마루에 혼자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던 기억이 전부다. 웅이라는 두 글자를 붙인 가게가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바쁘게 살아온 부모님의 바쁜 삶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바쁘게 악착같이 굳이 일을 늘려가며 피곤하게 사는 삶을 늘 옆에서 지켜봐서 그런지 웅이는 꿈은 없고 그냥 놀고 싶다. 그렇기에 혼자 있는데 편하다. 아니 지금처럼 여유롭고 평화롭고 싶다. 그렇게 아무도 자신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평화로웠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국연수(김다미)와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라고 한다. 연수는 전교 1등 언제나 그랬듯 재수 없어 보이지만 똑 부러지고 할 말도 다하는 일명 재수 없는 전교 1등이다. 그냥 예쁜데 좀 재수 없고 잘난 척하는 전교 1등이라 생각했다. 다큐멘터리에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국연수가 좋아진다. 처음엔 그냥 악연이라 생각했다.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자꾸만 신경을 건드리는 국연수가 짜증이 났고 거슬렸다. 나와 다른 이 지구상에는 소수만 생존해 있을 거 같은 종족에 대한 호기심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첫사랑이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국연수를 만나기 전까지 웅이의 삶은 늘 평화롭고 여유로웠으며, 그 평온함을 유지하는 삶이었다. 그런데 연수가 나타난 이후로 웅이의 삶을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연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연수와 있으면 행복하기도 하고 없으면 불안하고 견딜 수 없었다. 연수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연수가 웅이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자기가 버릴 수 있는 건 내가 전부라면서 말이다.
10년 전보다 더 유치해진 우리
연수와 헤어진 웅이는 삶이 무너져 내렸다. 어느 날은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어느 날은 울다가 정신이 오 가 가락 했다. 말 그대로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다. 웅이의 친구 지웅(김성철)은 웅이의 또 다른 웅이로 불렸던 친구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웅이의 소꿉친구이자, 웅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이는 지웅은 도련님 같은 스타일이지만 남들은 모르는 그늘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홀어머니 밑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 사랑받고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웅이의 삶이 부러웠다. 근데 웅이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지웅에게 나눠줬다. 심지어 자신의 가족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지웅이는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준 최웅의 가족에게 애틋함이 있고, 자신의 집이라 생각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웅이와 지웅이 사이에서도 공유할 수 없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연수다. 지웅은 아무에게도 말 못 했지만 지웅의 첫사랑도 연수다. 연수를 짝사랑했지만 늘 웅이 옆에 있는 연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년 전에 찍었던 웅이와 연수의 다큐멘터리가 역주행하기 전까지 지웅도 연수를 사랑했던 마음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다시 이 두 녀석을 찍게 되면서 담아두었던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역주행하게 된 웅이와 연수의 다큐멘터리가 회자되면서 다시 10년 뒤 전교 꼴등과 전교 1등의 삶을 찍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웅이 PD가 되었다. 연수는 명문대에 진학했고 장학금을 받고 이제는 한 스타트업에 홍보 전문가, 팀장이 되었다. 누구보다 달라진 건 웅이었다. 웅이는 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다큐멘터리, 어딘가 모르게 웅이와 연수 사이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연수는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한 웅이는 보니 다르게 보인다. 아니 여태껏 열심히 살아온 자기보다 더 잘 나가는 웅이를 보니 좀 의기소침해지고 자존심도 상한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봐주는 웅이의 눈빛은 여전히 따듯하고 자상하다. 고이 접어두었던 마음이 다시 시작된 거 같다.
결국 모든 건 제자리로
여러 사건들이 흘렀고 연수와 웅이는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웅이는 그렇게 휙 자신을 버리고 간 연수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연수의 할머니에게서 연수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듣게 된다. 부모님이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고 의지할 사람은 할머니뿐인데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연수는 여유롭게 웅이와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다. 알바라도 해야 했고 장학금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연수에게 웅이와의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늘 평화롭게 한량으로 살아가는 웅이를 보면 답답했다. 아니 자신과 비교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먼저 버려지기 전에 웅이를 버려야 했다. 그런 연수의 상황과 상처를 듣게 된 웅이는 연수를 이해하고 더 사랑해 주기로 한다. 그런 웅이에게 위기가 닥친다. 자신과 그림 스타일이 비슷한 작가와 같이 실시한 드로잉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비슷한 작가는 웅이의 대학 동기, 웅이의 그림 스타일을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웅이는 그에 대한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는다. 그런 웅이가 연수는 신경이 쓰이고 이상하지만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드로잉 쇼를 마치고 난 뒤, 유명한 평론가가 웅이의 작품에 혹평을 했다. 웅이의 그림이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어린아이의 낙서라며 말이다. 웅이의 그림에는 사람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나무만 있을 뿐이다. 사람이 없는 웅이의 그림에 평론가의 혹평이 붙고, 웅이는 좌절스럽다. 그리고 그냥 웅이는 연수와 떠나고 싶다. 유학을 말이다. 웅이는 알고 있었다. 본인이 입양아라는 것을, 부모에게 버려진 아들이 아닌 새로운 행복한 가족의 일원이 될고 싶었던 웅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서 가족의 행복을 망치느니, 가만히 있으면서 적어도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살아왔다. 그래서 웅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생에 갇힌 사람이 되었다. 연수에게 그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웅이는 이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해 보려는 삶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연수와 함께 유학을 가고 싶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삶에 연수가 꼭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웅이에게 고맙지만 연수는 아픈 할머니를 두고 유학길에 오를 수 없다. 그래서 웅이에게 자신은 삶이 늘 혼자였고 시궁창이라 여겼는데, 돌아보니 연수 옆에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고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비록, 함께 유학은 못 가지만 멀리서 웅이를 응원하겠다고 하며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웅이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둘은 다시 티격태격하며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은 웅이의 프러포즈와 함께 에필로그에서 최웅, 국연수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마치게 된다.
리뷰
최우식을 로코킹으로 불리게 해 준 드라마이다. 햇빛이 쨍한 한 여름 낮과 같은 분위기의 이 드라마는 처음엔 다소 가벼울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아픔과 상처들을 마주 대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작은 울림을 준다. 돌아보면 누군가의 깊은 아픈 상처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웅이도, 연수도 지웅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받은 상처들로 인해 10년 후가 된 지금까지도 다 극복하지 못한 자신들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 풀어놓을 때, 그냥 있는 그 모습대로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자신의 치부 혹은 상처가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누구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다 자기마다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해 여름은이라는 드라마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구역의 미친X -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미친X들 (0) 2023.11.19 나의 아저씨 - 당신은 편안한가 (0) 2023.11.19 옷소매 붉은끝동 - 정주행하게 된 드라마 (0) 2023.11.18 갯마을 차차차 - 단짠단짠 힐링로맨스 (0) 2023.11.17 또 오해영 - 오해로 시작된 연애 (0)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