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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나의 아저씨

    기 간: 2018.3.21~5.17

    부 작: 16부작

    연 출: 김원석

    극 본: 박해영

    오합지졸 삼 형제

    박동훈(이선균) 잘 나가는 대기업 건설회사를 다닌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랄 데 없는 삶이다. 대학 후배인 윤희(이지아)와 결혼을 했고 둘 사이에는 아들 지석이 있다. 지석은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동훈은 삼 형제 중 누가 보기에도 성실하고 건실한 막내아들이다. 첫째 형인 상훈(박호산)은 얼마 전 22년 다닌 회사에서 퇴직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2번의 장사를 말아먹어 신용불량자까지 되었다. 오갈 곳이 없는 상훈은 집에 들어가는 것도 자식을 보기도 민망하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이혼 서류에 매일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 이제 정말 막다른 길이고 갈 곳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돈이 없지 가호가 없냐며 삶에서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매일 저녁 모이는 동네 술집에서 동생들과 동네 친구들과 모이는 이 시간이 상훈에게 유일한 낙이자 삶의 의미다. 늘 구박은 해도 자신을 끔찍하게 생각해 주며 매일 저녁 밥상을 차려주시는 어머니와 조금은 얄밉지만 늘 자신 옆에 있어주는 둘째 동생 그리고 든든한 막냇동생까지 있으니까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해 본다. 기훈(송새벽)은 삼 형제 중 둘째이다. 이래 봬도 영화감독으로 칸까지 다녀온 몸이다. 스무 살에 찍은 독립영화로 칸에 갔는데 지금은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중이다. 누가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 했던가. 예전에는 영화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추앙받던 그가 이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일 년에 연봉 오백의 삶. 이제 지긋지긋해서 그만두고 친구에서 계단 청소사업을 인수받아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오갈 데 없는 형까지 등에 엎고 둘이서 티격태격하면서 계단을 청소하면서 말이다.

    투명인간의 삶

    지안(이지은)은 6살에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그래서 하늘이 무심하시지는 않으셨는데, 지안의 곁에는 말 못 하는 할머니가 있다. 그렇게 부모가 남겨놓은 사채 빚을 떠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르바이트와 조금은 불법적인 일을 하며 생계를 간신히 꾸리고 빚을 갚아나간다. 그런데 중학생 때 할머니와 자신을 지겹게도 괴롭히던 사채업자를 죽이게 된다. 운명의 장난 같지만 그의 아들인 광일(장기용)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그날 이후로 광일도 사채업자가 되고 지안을 괴롭힌다. 시도 때도 없이 집에 무단 침입해서 지안을 폭행하는 등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아버지를 죽게 만든 지안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이렇듯 지안의 삶은 암울하다. 삶이 뭐냐고 묻는다면 죽지 못해 산다고 할 것이다. 모진 고난과 역경 속에 살아오면서 친구도 없었기에 사회성은 없지만 눈치가 빠르다.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안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동훈이 다니는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럴 다한 이력도 없는 이력서에 특기가 달리기인 지원자에게 시선이 간다. 동훈은 그런 지안을 채용하게 된다. 그러나 동훈은 그런 사람을 채용했는지도 조차 모른다. 왜냐하면 지안은 회사에서 영수증이나 붙이는 사무원이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저 그런 계약직 사무원이다. 그러다가 사내 정치 싸움 중에 궁지에 몰릴 뻔한 동훈을 도와주게 되고, 지안은 그 길로 동훈을 이용해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동훈은 지안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가정사를 알게 된 후로는 적극적으로 지안을 돕기 시작한다. 할머니를 요양원에 무료로 모실 수 있게 도와주고 회사에서도 투명인간 아니 왕따가 되지 않도록 직원들을 타이르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회식자리에도 계속 데려간다. 처음에 동훈을 이용하려 했던 지안도 그런 동훈의 진심에 감동을 받고 원래 동훈을 이용해 동훈의 회사 대표이사이자, 후배이며, 자신의 와이프와도 친구인 도준영(김영민)에게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점차 도준영을 배신하게 된다.

    평안한가, 나의 아저씨

    동훈을 회사에서 잘리게 해 주면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했던 도준영에게 점차 등을 돌리는 지안이. 그렇게 동훈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동훈의 핸드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동훈의 삶을 함께 들으면서 그가 주는 호의가 진심인 것을 알고 그를 지켜주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도준영과 자신의 와이프, 윤희의 불륜사실까지 알게 되고 동훈이 상처받지 않도록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 이후 지안의 증언으로 동훈이 상무로 승진하게 되고 도준영과 강윤희의 관계까지 끝내버리고 윤희를 동훈에게 돌려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적인 삶을 살아온 지안도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 그리고 결국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윤희가 도와주겠다고 설득하자 자수하게 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동훈의 도움을 받아 동네 사람들과 할머니의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고 납골당에도 모신다. 이후에 삼안 회장의 추천으로 부산에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녹아들며 사회생활을 해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동훈은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드라마가 막을 내린다.

    리뷰

    극 중에 나오는 동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대기업 팀장에 와이프는 변호사에 아들은 미국에 유학까지 보내 놓은 동훈의 삶이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온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런데 그의 속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너무나 외롭게 살아가는 한 중년의 남성을 보게 된다. 지안의 삶은 누가 보기에도 열악한 환경에 정서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터라 힘들게 자라왔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삶이지만 동훈은 극 중에서 그렇게 비치지 않았다. 극의 후반부를 가면서 공허한 동훈의 마음과 삶, 조금은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그 누구에도 위로받지 못하는 동훈의 삶이 참 초라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에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삶의 도리와 따뜻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동훈이 지안에게 주었던 것이 자신이 가진 것의 전부는 아닌가 싶다. 그런 전부를 받은 지안도 동훈의 마음에 삶의 기운을 차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오히려 지안이 동훈을 보호하며 그를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어떤 부분 우린 강한 자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관념에서 좀 벗어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지안에게 물은 동훈의 내레이션 속에서 나의 삶은 지금 편안한 것인가 되묻게 되는 시간이었다.